제18회 의림지삼한초록길알몸마라톤 (2026) – 제베리아의 칼바람을 뚫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옷을 벗는 순간, 이것은 마라톤이 아니라 생존 훈련이 된다.”

한겨울 충북 제천, 일명 ‘제베리아(제천+시베리아)’의 칼바람을 맨몸으로 맞서는 광기의 축제. 이 대회는 기록을 위한 레이스가 아니라, 추위라는 자연재해를 인간의 의지로 극복하는 ‘한계 시험장’이다.

대회 기본 정보

  • 일시: 2026년 1월 11일 (일) 오전 11시 출발
  • 장소: 충북 제천시 의림지 수변무대 및 삼한의 초록길 일원
  • 코스: 7km 단일 코스 (의림지 ~ 에코브릿지 ~ 그네공원 반환)
  • 주최: 제천시육상연맹
  • 참가비: 40,000원


현장 리뷰: 살을 에는 바람과의 7km

이 대회는 전형적인 레이스형(A타입) 이벤트다. 하지만 일반적인 로드 러닝과는 결이 다르다. 출발부터 피니시까지의 여정은 ‘추위와의 전쟁’ 그 자체였다.

Start: 옷을 벗어던지는 용기

오전 9시, 집결지인 의림지 수변무대의 기온은 영하 9도. 살을 파고드는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 육박했다. 참가자들은 패딩 속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출발 시간이 임박해서야 하나둘 상의를 탈의했다. 남성 참가자들은 규정상 상의를 반드시 탈의해야 했고, 여성 참가자들은 반팔이나 탱크탑 등 가벼운 복장을 갖췄다. 서로의 맨살에 “화이팅”을 외치며 바디페인팅을 하는 모습은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출발 전 참가자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준비하는 모습 사진 출처: 경향신문 / 제천시 제공

Middle: 삼한의 초록길과 칼바람

오전 11시, 출발 신호와 함께 1,000여 명의 러너가 하얀 입김을 뿜으며 달려 나갔다. 코스는 의림지를 출발해 에코브릿지를 건너 그네공원을 찍고 돌아오는 왕복 7km 구간이었다.

1,000여 명의 러너가 출발하는 모습 사진 출처: 충북일보

초반 의림지 호반의 얼어붙은 풍경은 장관이었지만, 감상할 여유는 길지 않았다. 특히 ‘에코브릿지’ 위를 지날 때 불어닥친 골바람은 그야말로 매서웠다. 땀이 나야 할 시점에도 피부 표면이 얼얼하게 마비되는 감각, 러너라면 한 번쯤 겪어봐야 할 기묘한 고통과 쾌감의 공존이었다.

삼한초록길을 달리는 참가자들 사진 출처: 시민리포터 / 제천시 제공

Finish: 뜨거운 성취감

반환점을 돌아 피니시 라인으로 돌아오는 길, 몸에서는 열기가 올라오는데 얼굴은 차갑게 얼어붙는 이질적인 감각이 절정에 달했다.

피니시 라인을 향해 달리는 참가자들 사진 출처: 아시아투데이 / 제천시 제공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주최 측에서 나눠준 완주 메달보다 더 반가운 건 쉼터광장의 온기였다. 완주 직후 서로의 붉게 상기된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에서 전우애에 가까운 연대감이 느껴졌다.


좋았던 점

1. 대체 불가능한 성취감

가장 큰 매력은 대체 불가능한 ‘성취감’이다. 단순히 7km를 뛰는 것이 아니라, 영하의 날씨에 맨몸으로 맞섰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도파민이 상당하다. 일반 마라톤 대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야성적인 해방감이 있다.

2. 훌륭한 운영과 보급식

운영 측면에서는 따뜻한 먹거리가 호평받았다. 레이스 직후 꽁꽁 언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제공된 어묵 국물과 두부, 떡국 등은 그 어떤 보급식보다 훌륭했다는 평이다. 추위에 떨고 난 뒤 먹는 뜨끈한 국물은 “이 맛에 알몸 마라톤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3. 빼놓을 수 없는 풍경

풍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꽁꽁 얼어붙은 의림지와 눈 덮인 산책로는 겨울 러닝만이 줄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삼한의 초록길은 평탄하게 잘 닦여 있어, 추위만 견딘다면 달리기에 꽤 쾌적한 노면 상태를 보여줬다.


아쉬웠던 점

1. 참가비 인상

참가비 인상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7km 단일 코스에 참가비 40,000원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념품이나 운영비 상승 요인이 있었겠지만, 과거의 ‘가성비 좋은 이색 대회’라는 인식이 강했던 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진 느낌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기념품 구성을 더 알차게 하거나 참가비 조정이 있다면 좋겠다.

참고: jcaaf

2. 주차 및 편의시설 부족

주차 및 편의시설의 한계도 보였다. 1,000명 이상이 몰리는 행사장 인근 주차장은 금세 만차가 되어, 늦게 도착한 참가자들은 꽤 먼 곳에 주차하고 걸어와야 했다. 또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대기 공간이나 탈의실이 인파에 비해 다소 협소해, 환복 시 혼잡함이 컸던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 blog.naver


참가 준비 팁

1. 방한 용품은 필수

규정상 상의 탈의(남성)가 원칙이지만, 장갑, 비니(털모자), 넥워머(버프)는 착용 가능하다. 귀와 손끝이 가장 먼저 얼어붙으므로, 기능성 방한 장갑과 귀를 덮는 모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기능성 방한 장갑 (손가락 끝까지 보호)
  • 귀를 덮는 비니나 헤드밴드
  • 넥워머 또는 버프
  • 발목과 종아리 보호 (압박 스타킹 권장)

2. 바세린 활용법

노출되는 피부, 특히 배와 가슴 부위에 바세린을 얇게 펴 바르면 보온 효과와 함께 칼바람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 가슴, 배, 등 부위에 얇게 펴 바르기
  • 귀 주변과 코 주변의 민감한 부위도 보호
  • 방수 효과로 땀 흘림에도 효과적

3. 충분한 워밍업

영하의 날씨에 갑자기 근육을 쓰면 부상 위험이 크다.

  • 출발 전 행사장 내에서 충분히 몸을 예열
  • 출발 직전까지 입고 있을 헌 옷(버려도 되는 옷)이나 비닐 우의 준비
  • 동적 스트레칭으로 체온 유지
  • 가벼운 조깅으로 심박수 상승

총평

“돈 내고 왜 사서 고생하냐고? 이 추위를 이겨낸 내가 꽤 멋있기 때문이다.”

제18회 의림지삼한초록길알몸마라톤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다. 이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공동의 경험을 통해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겨울 축제’다.

참가비나 편의시설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이 대회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의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야성적 해방감과 함께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어떤 대회에서도 맛볼 수 없다.

겨울 러닝을 사랑하고, 남다른 도전을 원하는 러너라면 이 대회를 강력 추천한다. 다만:

  • 준비는 철저히 (특히 방한 용품)
  • 신체 상태를 충분히 확인
  • 대회 당일 날씨 좋은 날을 기대!

이 대회의 상세 정보, 코스맵, 참가비 등은 EnduroHub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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